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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19년 동안거 반결제법어
글쓴이 송광사 총무국 등록일 2019-12-26
첨부파일 조회수 222

조계총림 방장 남은당 현봉 대선사

불기2563(2019)년 기해년 동안거 반결제 법문

 

 

洞府深深隔世塵 골짜기는 깊고 깊어 세상 먼지를 멀리 하고

山僧無事解談眞 스님들과 한가롭게 진리를 이야기했네.

他年福地尋何處 다음에 어디에서 이런 축복의 땅을 찾으리오.

白石淸溪入夢頻 깨끗한 돌과 냇물 소리만 자주 꿈속에 나타나겠지

 

지금으로부터 600여 년 전에 목은(牧隱) 이색 선생이 고려가 망하고 조선이 개국되면서 자기 제자들인 정몽주, 정도전, 하륜, 조준 그런 사람들이 전부 두 파가 갈려서 큰 정쟁에 휘말리게 됩니다. 목은 이색 선생은 고려를 지킬 것이냐, 다시 조선을 개국할 것이냐 하는 시국의 갈등 속에서 자기 아들은 순천으로 귀양을 왔다가 청주로 올라가서 죽임을 당하고, 선생은 장흥으로 유배되었다가 풀려나면서 자기가 늘 꿈에도 그리던 송광사를 방문하게 됩니다.

 

목은 이색 선생이 이 침계루에 올라서 문득 인간세상에서 겪었던 그 하고많은 풍파들을 모두 다 잊고 싶다고 하면서 그 때의 심경을 적었던 그 시가 바로 제가 조금 전에 읊었던 시입니다. 그 시는 지금도 침계루<사자루> 편액 옆에 걸려있습니다.

 

오늘 우리 강원 대교반 스님들과 율원 스님들이 아까 점심공양을 마치고 다 발우를 싸서 이 법회가 끝나면 떠나가게 됩니다. 졸업은 정월 해제 무렵이지만 오늘 발우를 걷고 이 도량을 떠나면서 4년 동안의 희로애락이 떠오를 것입니다. 율원 스님들도 마찬가지로 많은 느낌들이 엇갈렸을 것입니다. 며칠 쉬었다간 목은 선생도 감회가 그러했는데, 오늘 짐을 싸서 떠나는 스님들의 심정도 송광사를 떠나지만 오래오래 여운이 남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중들은 눈여겨 살피시오.

 

<~주장자를 들어 허공에 점을 찍으며~>

 

지금 주장자를 들어 허공에 점 하나를 찍었습니다. 이 공점(空點)은 어떤 모양도, 빛깔도, 소리도 아무런 자취를 찾을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방금 소소영영하게 한 점의 공점을 찍었습니다. 이 점을 허공의 가운데에 찍었습니까, 가장자리에다 찍었습니까?

 

<~대중들이 한동안 아무 말이 없자~>

 

허공이란 것은 가운데도 없고 변두리도 없으며 크기가 없습니다. 방금 찍은 이 공점 역시 모양도 흔적도 없으며 또한 가운데도 가도 없고 크기도 없습니다.

 

이 공점은 나지도 사라지지도 않고 늘거나 줄지도 않으면서도 허공과 하나가 되었습니다. 아무리 허공에다 허공을 보태도 허공일 뿐이며, ()은 아무리 더하고 곱하고 나누어도 공입니다. 그러면서 이 공점은 우주법계와 그대로 하나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기도면서 온 법계를 맑히려고 할 때 정법계진언을 합니다. 나자색선백 공점이엄지 여피계명주 치지어정상 <羅字色鮮白 空點以嚴之 如彼髻明珠 置之於頂上>이라 합니다. 모든 물물이 다 제 모양 제 빛깔로 선명한데 그 위에 공점을 제대로 장엄하게 되면 마치 그것은 부처님의 머리 정수리에 있는 계명주와 같이 된다고 했습니다.

 

그 계명주 가운데서 시방법계를 두루 비추면서 천백억화신을 나투기도 하니, 부처님의 머리에 있는 계명주처럼 그 공점을 이 세상 물물의 머리마다 찍게 되면 일체 번뇌 망상의 자리가 이 공점으로 다 돌아가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시방법계가 텅 비어 모두 다 청정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허공이 해와 달을 벌리고 저 하늘의 수많은 별들을 펼쳐내고 삼라만상을 다 펼쳐냈습니다.

 

앞으로 8일 후면 성도재일이 되는데 부처님께서는 새벽별을 보고 성도하셨다고 했습니다. 왜 별은 깊은 밤에 더 많은데 어둠이 끝나가고 무명(武名)의 긴긴 밤이 끝나가는 동녘의 여명이 밝아오는 새벽에 밝은 별을 보고 도를 깨달았다고 했을까요?

 

거기에 옛 조사스님들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별을 보고 깨달았는데, 깨닫고 보니 그것은 별이 아니네. 사물을 따른 것이 아니며 무정물도 아니니라.<因星見悟 悟罷非星 不逐於物 不是無情>’

 

깨닫고 보니 따로 하늘에 반짝이는 사물이 아니고, 바깥의 다른 무정물이 아닌 것입니다.

 

그래서 조사스님들은 저 밖에서 들어온 것들은 집안의 보배가 아니다<從門入者 不是家珍>’라고 하셨습니다.

 

<화엄경>에도 보면 일체법이 바로 내 마음의 자성인줄 알아 지혜의 몸을 성취할 때 저 다른 것으로 말미암아 깨닫게 되는 것이 아니라<知一切法 卽心自性 成就慧身 不由他悟>’고 했습니다. 부처님도 우리를 대신해서 부처를 만들어 줄 수가 없습니다.

 

<원각경 보안보살장>에도 해와 달과 수많은 별들과 만물을 품고 있는 저 한량없는 허공이 깨달음()이 나타난 바이다.<無邊虛空 覺所顯發>’ 라고 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별을 보고 깨달은 것이 아니라 부처님의 깨달음에서 그 별이 나타난 바이며,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모든 것들도 우리들의 깨달음에서 나타난 것이라는 말입니다.

 

부처님이나 우리 중생들이 다 같은 깨달음[]’이기는 한데 부처님은 정각(正覺)’하셨고 우리는 착각(錯覺)’하고 있습니다. 깨달음은 다르지 않건만 우리는 바깥의 사물에 이끌리고 좇다가 착각하게 된 것입니다.

 

앞서 목은 선생께서 스님들과 무사히 한가롭게 진리를 이야기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런 진리를 이야기하는 자리가 바로 축복의 땅 복지(福地)입니다.

 

송광사는 지난 20년 동안 제9차 중창불사를 하면서 산문을 지어 경계를 확실하게 표시했고, 가장 많은 성보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우리 박물관에서는 많은 유물을 전시하고 수장하는 새로운 성보박물관을 만들었고, 쾌적한 템플스테이 시설로 일반 세상 사람들이 휴식 취하는 공간을 만들었으며, 이제는 천 명이 와도 걱정 없는 큰 공양간을 만들었습니다. 종무행정도 체계적으로 자리 잡았고, 고품질의 소식지인 송광사보는 홍보를 잘 할 수 있게 되었고, 홈페이지도 좀 더 활성화하면 사이버 세상에 우리 절을 널리 알릴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번에 주지스님께서 획기적인 승가복지를 마련했습니다. 재적스님과 이 도량에 수행하는 스님들이 어떤 일이 있더라도 걱정하지 않도록 실비 보험을 들고, 돌아가시면 장례비까지도 보장되도록 했습니다. 조계산 산문 개창 이래로 이렇게 여러 시설과 복지혜택을 누리게 되는 것은 전대미문이며 역사에 없던 인프라와 하드웨어를 구축했다 할 것입니다.

 

그런데 껍질이 아무리 잘 되어도 양질의 소프트웨어가 충실하지 못하면 부질없는 것이 되고 맙니다. 스님들이 열심히 수행하고 그 수행력을 세상 사람들에게 널리 회향할 수 있도록 정진하시면서 세상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널리 펴는 한편, 수련회와 템플스테이 참가자, 오가는 관광객에까지도 우리 전통과 문화유산과 불법을 펼칠 수 있는 도량이 되도록 해야겠습니다.

 

우리는 참으로 축복의 도량, 복지(福地)에서 살고 있습니다. 지금 상월선원(위례신도시)에서는 찬 습기가 올라오는 천막에서 용맹정진을 하는데 같은 종단의 도반들에게 송구스러울 정도로 등 따뜻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이 송광사는 역대 선조 스님들이 정진하시던 도량입니다. 우리는 보조 스님이 기거하시던 자리에 앉아서 수행하고 있으며, 그분들이 바라보던 산을 바라보고 있고 그분들이 듣던 물소리를 들으면서 그분들이 마시던 바람을 마시고 그분들의 손길이 스쳤던 돌담을 지나치고 있습니다.

 

이렇게 축복된 삶이 다른 어디에 있겠습니까?

 

어떤 사찰도 이렇게 큰 선지식들이 많이 거쳐 간 도량이 없습니다. 이곳은 보조스님께서 도량을 일구신 이후 많은 영고를 겪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임진왜란 이후에 잿더미가 된 것을 부휴스님 권속들이 재건했고 근래 한국전쟁의 참화 속에서 취봉스님을 비롯한 대중들이 그 역경을 딛고 피땀으로 다시 일으킨 파란 많았던 도량이면서 구산큰스님께서 총림을 세워 수행의 가풍을 진작시킨 도량입니다. 그 많은 스님들이 애를 써서 가꾼 도량에서 어떻게 수행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화합하면서 수행하도록 합시다.

 

동안거 반결제를 맞이한 이 시점에 봉암사 수좌이신 적명스님께서 사고로 입적하신 애통한 소식이 있었습니다. 무상의 살귀(殺鬼)는 언제 어디서 우리를 엿보고 있다가 목숨을 빼앗아갈지 모릅니다.

 

시간을 아끼면서 다 같이 부지런히 정진하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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