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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내 마음에 들어와 ‘因’이 된 ‘순천 송광사’
글쓴이 보덕화 등록일 2019-08-18
첨부파일 조회수 254

내 마음에 들어와 ‘因’이 된 ‘순천 송광사’

 

                                                                                       인욕(忍辱)반 1번 김형순

                                                                                                   (1차 수련법회)

 

“힘들었지만.... 좋았어...”

“수련 법회 선택한 것을...더구나 ‘순천 송광사’ 선택한 것은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어!”

“앞으로 나는 ‘순천 송광사’ 나들이를 종종 할거야...”

 

요즘 주변 사람들의 질문에 내가 답변하는 말이다.

 

교사생활 39년째! 내년2월이면 정년퇴직이다. 1주일 정도 어딘가에 가 있고 싶었다.

천주교 신자로 하느님 품 안에서 산 지도 17년!

‘침묵’, ‘묵언’, ‘명상’ 단어들이 머리에서 계속 굴러 다니고 있었다.

 

‘참 나를 찾아서’ 라는 문구(文句)가 머리에 박히면서, 내 마음은 설레기 시작했다.

주변에 신경쓰지 않고, 나를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시작된 수련 법회!

핸드폰 제출, 화장 금지, 곳곳에 붙어 있는 ‘묵언! 묵언! 묵언!’

이 규율이 오히려 편안함을 안겨 주었다.

 

  얼떨결에 마친 입재식! 이어 발우공양습의!

각자의 반, 번호가 적혀있는 4개의 그릇으로 포개어진 발우셋트!  4개 그릇마다의 쓰임을 익혔다.

청수물, 밥과 국 담기, 음식을 입에 담고 오물 오물 씹기에 신경 쓰기. 평상시 내 습관처럼 후딱 후딱 막 먹어선 안 되는 구나...공양도 수행(修行)의 일종임을 알게 되었다. 설거지용 단무우지 한 개를 밥 옆에 딱 붙이라는 지도스님의 말씀!   설거지 후, 마무리 작업인 리본 묶기도 꽤 신경을 써야 했다.

 

  그리고.. 저릿한 감동에 젖어들게된 예불의식!

종고루에서 학인 스님들이 돌아가며 법고를 쳤다. 법고가 끝나자, 대웅전, 승보전, 지장전에 불이 들어오며 목탁과 함께 스님들의 독경소리가 퍼져 나오기 시작하였다. 엄숙함과 함께

불교라는 宗敎의식이 아주 매력적으로 마음에 다가왔다. 아침, 저녁 예불 의식의 감동은

집에 돌아오자 마자, ‘순천 송광사’ 예불의식 유투브를 틀어놓고...그 여운을 감지할 정도 였다.

 

  7년 묵언 수행 하신 현묵스님의 좌선 강의를 필두로 예불문, 불교기초교리, 반야심경, 불교 계율, 보조 국사 지눌의 생애와 사상 등..... 스님들의 강의는 거침이 없었다. 불교 용어 하나 하나가 모두 생소한 나와 달리 참석한 도반들의 질문은 수준도 달랐다.

참가할 때부터 수련(修練)이란 말이 걸렸는데...참여한 도반들 대부분은 불교 신자로 수련회를 몇 번씩 거친 분들 이었다. 나 같이 단순하게 종교 체험하러 온 일반인들이 아니었다.

 

 내가 불교 신자가 아니란 건, 그 다음날부터 밀물같이 밀려드는 후회로 증명이 되었다. 저녁 9시에 취침 들었으나, 이른 새벽 3시의 기상은 천 근 같은 몸이 마음으로 전달하고 있었다. 새벽 예불 후 첫 좌선 30분은 어찌 어찌 괜찮았는데... 하루에 4번으로 짜여진 ‘좌선’시간표를 보니...돌아가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다.

‘이뭣고’ 화두는 ‘내가 여길 왜 왔을고’라는 화두로 변질되어 계속 나를 휘감고 있었다.

천주교 피정을 안 가고, 불교 쪽으로 온 것을 하느님이 벌 주시고 있나보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오후의 108배 참회는 무릎 주사맞는 내겐 공포였다. 다행히 지도 스님의 배려로 부담감은 덜어졌지만...

 

  ‘무소유’ 글을 썼던 법정스님의 기거처 ‘불일암’을 포행(布行)하였다. 학생들과 법정스님의 동영상을 보며 스님의 ‘무소유’글을 같이 공부했던 것도 되새겨졌다. ‘무소유’는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게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것 이라는 법정 스님의 말! 스님은 이 길을 오르내리며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셨을까? 버려야 된다는 걸 알면서도 못 버리고 사는 내 몸에 배인 의식과 집착들을 어떻게 떨쳐 버릴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하는 불일암 길이었다.

 

아무래도 집에 간다고...퇴소해야 겠다고 말해야 겠어...3일째 되는 날까지 계속되는 갈등!

내가 불교라는 종교를 정말 우습게 생각하고 왔구나. 나의 교만과 오만스런 태도도 반성!

그래도 내 삶에서 중도 포기는 없었잖아...어떻게든 버티겠지...하라는 건 꼭 따라하잖아...오늘만 버텨보자고 계속 되뇌인 오전의 마음!

오후가 되니....좀 편안해지면서 부처님께 미안하면서도 감사한 마음이 일기 시작했다.

‘하느님! 많이 힘들긴 하지만...그래도 좋으네요!!“ 하느님을 향한 이런 생각도 조금씩 차오르기 시작하였다.

 

  4일째 되는 날! 1080배 정진은 수련법회의 하이라이트였다. 1080배를 작정하신 분들은 자못 비장한 표정도 엿보였다. 324배, 324배, 324배,108배를 3시간에 걸쳐 하신댄다.

죽비(불교에서는 모든 시작과 끝이 죽비로 연결이 된다) 소리에 드디어 시작된 1080배 정진! 나도 108배 만큼은 정성드려 해 보자는 각오!

 

  주변 사람들을 상기하며, 마음 속으로 그 사람들을 위해 절을 하기로 했다. 부활절이 끝난 후부터 내 기도의 첫 대상은, 가족보다도 내가 상처를 준 성가대 L자매였다. 어린 아이가 있는 관계로 성가대 연습을 띄엄띄엄 참석하다보니, 연습량 부족으로 음이 자꾸 틀린다고, 주변 자매들이 힘들고 괴롭다는 원성들을 성가대 단장인 내게 쏟아내고 있었다. 실컷 연습했는데, 그 자매로 인해 음이 달라져 노래를 새로 잡아주어야 한다고 지휘자도 짜증을 내고 있었다.

   결국 성가대 단장인 죄로 십자가를 지기로 했다. 아이를 어느 정도 키운 후, 성가대를 나오심이 어떻겠느냐? 는 정말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긴 편지를 보냈었다. 그러나 그 자매님은 성가대에서 본인을 자른다 고 아주 불쾌하게 생각한다며 전화를 끊었다. 그 이후 지옥과 같은 내 마음이 시작되었다. 그 자매님의 마음에 성가대를 향한 분노와 원망의 마음이 자비와 용서의 마음으로 바뀔 수 있도록 은총 베풀어 주시길 늘 기도하고 있었다.

그 자매님에게 상처를 안겨 주었다는 나의 죄의식의 발현이기도 했다.

 

   다음엔 남편과 두 아들을 위한, 그리고 여동생, 남동생을 위한 내 기도와 절은 계속되었다. 그리고 등에 땀이 배어가면서도 1080배를 향해 정성 드리고 있는 분들의 복력에 힘입어 마음의 기도를 하자고 작정했다. 결국 나와 수업을 함께 하고 있는 5개반의 아이들 이름을 하나 하나 기억해 내며 기도를 하고 있었다. 특히 학교에서 '문제아' 라고 찍힌 아이들을 기억해 냈다.

  A반의 운솔, 성은, 서희, 선영   B반의 설, 다인   C반의 로운, 희진   D반의 아영, 은정,   E반의 가연, 수정등등.. 

 학교에 왔다가 아무 때나 사라지는 아이들! 떼지어 다니며 무법자 다운 행동을 하는 이 아이들이 학교의 소중함을 알고, 학교 규칙을 지키려 노력을 하며 무사히 졸업할 수 있도록 기원하는 기도를 드렸다.

 

  생각보다 1080배를 마친 사람들이 많았다. 허리 수술을 했다는 65살의 보살님은 2년전엔 700배 밖에 못 했는데, 이번엔 마쳤다고... 접 찔린 다리를 또 다쳐 108배나 좌선을 할 때 힘들다고 울었던 보살님도 나중엔 무릎에 힘을 주며 일어날 수 있었다고....

 1080배를 마친 사람들 모두는 해냈다는, 하다보니... 해 지더라...하며 모두 자신에 대한 뿌듯한 성취감을 토로하고 있었다. 이런 시간을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되새기며 본인들의 成佛하고자 하는 끊임없는 수행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터득하며 행복한 佛者가 되는구나...그들의 얼굴은 모두 빛나고 있었다.

 

  다과가 곁들인....차 한 잔을 마시며...스님들과 얘기를 나누는 마지막 시간!

불교에 대한 질문들을 가득 적은 종이들! 화두 관련 답변을 해 주시는 현묵스님!

무려 20여개의 질문들에 과감하고 거침없이 답변하는 연각스님!

천주교 신부님들과 같이 학식과 덕망을 갖춘 스님들이 많다는 사실! 순천 송광사가

이래서 16명의 國師를 배출해 낸 승보사찰 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음을 다시금 알게 되었다.

 

  17살부터 65살까지 참여한 이 수련 법회는 참석의 이유를 들을 때마다 감동이 더해졌다.

부인이 큰 수술 들어가기 전, 템플스테이 갔다 오길 바란다는 부인의 소원을 따라 딸과 함께 참여했다는 부녀! 30년 전 참석한 이 순천 송광사 템플스테이가 너무 좋아서...30년이 지난 지금 딸과 함께 다시 참석했다는 모녀! 부부도 2팀이나 있었다.(1팀은 제주도에서 비행기를 타고 오셨다). 입사 조건이 수련 법회에 갖다 오는 것이라 왔다는 같은 회사 직원 4명! 1080배를 한 번 해 보고 싶어서...군대에 가기 전 뜻 깊은 일을 체험하고 싶어서...등등. 나도 굳이 이유를 밝히자면, 39년간 교직에 헌신해 온, 내년 2월이 정년인 나를 위한 이벤트로 참여했다하면 이유가 될까?

 

  갈등과 후회의 연속인 시간을 보내고, 감사의 시간으로 변모하는 순간도 맛보면서, 드디어 4박5일의 마지막 날 아침! 법고 치는 소리! 예불 소리! ‘반야바라밀다 심경’을 읽는 나의 마음은 얼떨떨한 기분으로 참여했던,  첫 날의 내가 아니었다. 마지막 좌선은 최선을 다 해 집중하였다. ‘이뭣고’ 화두와 함께.

 

드디어 수계식!

옴마니바흐 .... 천주교 신자라 망설여졌으나 “참회합니까?” 라는 질문에 ‘예! 참회합니다“로 답하고 이마에 계를 받았다. 천주교에서 세례식 때마다 ”죄을 끊어버립니까? 예, 끊어버립니다 “ 답변으로 하느님에 대한 의식을 재천명하는 순간! 과 같았다. 또 ‘제 탓이오’를 외치며 가슴을 치는 의식 역시 천주교와 비숫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덕화!(普德華) 라는 법명도 받았다.  덕을 베풀어 빛나라!

희한하게도 천주교의 내 세례명 ‘안젤라’ 성녀 같이 이웃에게 봉사하며 살아가라는, 의미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퇴직을 하면 결국 봉사하며 덕을 베풀고 살아가라는 계시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설레임으로 시작되어, 갈등과 후회를 거치고, 감사함과 함께 새로운 因緣으로 엮어진

순천 송광사의 4박 5일의 수련법회! 내 삶의 개안(開眼)의 순간들임을 새삼 깨달은 귀중한 시간이었다.

 

 피상적으로 엿볼 수 밖에 없는 쨟은 출가(出家)였지만,   '순천 송광사'를 얘기할 때마다 행복해지는 건

'因'(내 마음의 씨앗) 이 되어, '緣'(주변의 환경)으로 승화 시키라는 불교의 가르침 때문은 아닌지...

 

 ‘지심귀명례 (至心歸命禮)~’ 스님들의 예불 소리가 여전히 귓가를 맴돌고 있다.

 

휴식
3차 선수련법회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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