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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자루에서 보낸 4박5일 - 2008년 송광사 여름 수련법회를 떠올리며
글쓴이 성도행 등록일 2008-08-27
첨부파일 조회수 1079

 

(사진은 송광사,  봉인사 적경스님 블로그에서 모셔옴)

 

 

 

 

(사자루에서 보낸 4박 5일)






마음을 둘 때마다 늘, 물이 흘렀다.


새벽좌선 때에 듣는 그 물소리는 우렁차고 유장하여 힘이 있고, 낮에 들을 때는 게으르고 나른하여 졸음을 불러왔고, 어두워질 즈음에는 물 어디에 슬픔이 스몄다가 일시에 울음이라도 터뜨리는 듯이 아프게 들렸다. 물은 그저  물소리를 내며 위에서 아래로 흘러갈 뿐이라는데 소리를 듣는 마음에 따라 왜 이렇듯 달라지던 것이냐. 물소리나 그 물소리를 듣는 본마음 자리는 움직임 없이 그대로라 이르시는데 때에 따라 달리 듣는 마음, 도대체 '이 무엇인고' .


 재고 분석하려하지 말고 그저 바라보며 바라보는 마음을 알아차리라 하시기에 물소리를 무릎 앞 코끝에 끌어다놓고 흘러가는 양을 물끄러미 보고, 보고, 또 보았다. 환영인지 무언지반쯤 감은 눈앞이  서서히 청색으로 혹은 노랑으로 가끔은 연두로 물들기도 하였다. 앞 도반의 좌복이 물들고 가부좌한 무릎이 물들고 곁을 물들이며 흘러가는 물. 흘러가는 물이라고 말하고 있었음에도 지금 듣는 물소리는 지금 듣는 게 아니라 저만큼 이미 흘러간 물이 낸 소리였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였구나. 같은 물인 줄 알았건만 늘 같은 물은 아니다. 한순간도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흘러가는구나. 저 물이 그렇다면 저 물을 느끼는 이 마음은 어떠랴, 조금 전의 마음이 지금의 이 마음이 아니다. 이 마음도 물과 같이 쉬지 않고 움직였구나. 끊임없이 변화하며 움직이는 마음, ‘이 무엇인고’.

 

 마음은 허공 같아서 천지우주를 다 품는다고 하시는 스님말씀에 아하, 무릎을 치며 그래 그러면 되는구나, 나와 너를 나와 세계를 가르지 않고 내가 온 우주를 품은 존재라면, 쉬지 않고 흐르는 저 물도 모든 순간도 나요, 날아가는 새도 나요, 너도 나로구나. 오호, 그래서 그렇게 아팠구나. 천리만리 머나먼 곳에서 굶고 아프고 총 맞아 죽는다는 소문 들릴 때마다 제 알고 흐르던 눈물이 그래서였구나. 그도 나였으니 아플 수밖에. 오지랖이 넓이 탈이라는 소리 무던히도 들으면서도 남의 일이 내일같이 동일시가 잘 되더니 그래서 그랬구나. 환한 마음 붙잡고 무릎 꿇고 앉았는데 이런 이런... 오온개공, 오온개공. 스님께서 큰소리로 공(空)이라신다. 끊임없이 변화 생성하여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이 공이라신다. 모든 것이 나였는데 그래놓고 편했는데 네가 나인 상태도 내가 너인 상태도 영원하지 않고 공이라면, 아... 도대체 ‘이 무엇인고’.

 

 송광사 사자루에서 보낸 4박5일,

 ‘이 무엇인고’와 함께 있었다. 깜빡깜빡 놓쳤다가 다시 붙잡고 ‘이 무엇인고’ . 답은 없으니 답 찾을 생각 말고 화두만 열심히 챙겨보라시는데 정의내리고 정리하고 따지는데 익숙해진 몸, 답 없어 불안한 이 마음, ‘이 무엇인고’.


 아, 그리고 눈물이 있었구나.

 첫 공양, 지도법사스님께서 공양그릇을 들어올려 “이 음식이 어디에서 왔는고, 내 덕행으로는 받기가 부끄럽네.......” 할 때 찔끔 솟고, 다친 허리가 걱정스러워 수련 사흘째, 눕겠노라 말씀드렸다가 나의 아픔이 전체 도반의 아픔으로 번질 수도 있다며 참고 수행할 줄 알아야 한다는 따끔한 말씀에 또 찔끔 솟고, 좌선시간 끝을 잡아 스님, 저린 무릎 아린 허리를 달래고 있던 우리들 돌려 앉혀 놓고는 “생명 있는 모든 존재들이 정신적 육체적 고통에서 벗어나 ......”따라하라 이르실 때 울컥울컥 또 솟았다. 숨을 들이쉬며 부처님을 가슴에 품고 내 쉬며 부처님 가슴에 안기라 이르신다. 안고 안기며 느끼는 이 평화로움, 기분이 참 좋다.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 불쌍한 사람, 미운 사람 차례로 불러와 품에 안았다가 안겼다가 하는데 아, 그만 미운사람에서 아프게 튕겨 나오는 마음, 그만 눈물이 펑 솟는다. 용서한 줄 알았는데 그렇게 용서하자 다짐했는데 용서는커녕 더욱 미워하고 있었던 게로구나. 생명가진 모든 존재들의 평화를 기원한다 도덕군자연하였으면서  겉으로만 용서하고 있었던 게로구나. 그 얼굴을 용서하지 못했으니 이렇게 아프다.


 그렇게 부끄러움이 대부분이었던 눈물의 시간이 지나자, 절수행이 찾아왔다. 헉, 1080배!  절 수행이 건강에 좋다며 너도나도 절하기가 유행이 되던 시절에도 따라해 보지 못했다.  늦은 밤 잠결에 중국군이 티벳 민중과 승려를 향하여 발포를 하였다는 뉴스를 듣던 밤, 눈물이 흘러나와 누워 있을 수가 없던 그 밤, 나 모르는 또 한 마음에 끌려 일어나 머리를 감고 평화를 기원하며 올렸던 108배. 그렇게 딱 한 번 긴 절의 경험이 있을 뿐이다. 그런데 1080배라니. 마음을 단단히 먹고 절 수행 시간을 맞는다. 사이사이 쉬어가며 열심히 따라 절을 한다. 흥건하게 젖어드는 옷, 단순해지는 생각. 마지막 절이 끝나고 후들거리는 다리와 쑥쑥 아려오는 허리를 바닥에 동댕이치듯 눕히기는 했지만  말갛게 정화되는 그 느낌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또 무엇이 그 4박5일에 있었을까.

 새벽 저녁 예불시간이 주는 경건함의 경험과 만물을 깨우며 천지사방을 울려 퍼지던 법고 소리와 달빛 별빛 옅은 빛 속에서 산과 하늘이 어울리며 만들어내던 아름다움의 감동이 있었지. 법당 뒤뜰의 고요와 휘어 감고 내리던 능소화의 낯익음, 세면장으로 오르던 길을 따라 흐르던 계곡, 하나 피어 넘겨다보던 나리의 고절,  무무문 앞 긴의자에서 만났던 햇살의 힘찬 격려와 직여문 문짝의 나무결이 주던 온화함도 있었다. 그리고 지장보살님, 지장보살님과 만났구나. 모두가 성불하고 난 후 맨 뒤에야 성불하시겠다는 서원을 품으신 지장보살님. 마음 좋고 잘 생긴 지장보살님 모신 지장전에 앉아 한 나만의 수행다짐이 있었다.


 이끌어 주신 종관, 본행, 적경스님, 강의를 해주셨던 여러 스님들, 어딘가 낯익은 듯 말없이도 정겹던 도반들. 맑고 휑한 두 눈이 오래 함께 머물 것인 지도법사 적경스님, 말씀말씀마다 꼭 나의 어리석음을 꼭꼭 집어내시는 듯하여 들을 때마다 뜨끔뜨끔 화들짝 얼마나 놀랍고 아팠던지. 모두모두 성불하시길.


 사자루에서 보낸 4박5일, 끝이지만 또한 시작인 오늘. 떠나며 그래서 다시 오는 시간, 시간. 늘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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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차 8재계수계실천대법회 및 2008년 포교원 정기연수 참가안내
범 불교도대회 표어 공모!
성도행 동명님, 반갑습니다. 허전한 글 아래 마음을 달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월정사 불교 수련을 다녀오셨군요. 뜻있는 시간이었을 것이라 짐작해봅니다. 저는 첫 경험이었는데 아주 인상적이었답니다. 고마운 시간에 대한 제 작은 성의라고 생각하고 게시판에 후기를 올렸답니다. 송광사 수련회에 대한 안내겸 제 마음의 갈무리겸...
그런데 송광사 겨울 수련회도 있습니까? 저는 여름만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알아보시고 계획을 미리 잡으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동명님. 늘 좋은 나날 이어가시길...
2008-09-03
동명 성도행 법우님!법우님의 글을 읽고 찡~한 감동 느낍니다.저는 이번 여름 강원도 평창 월정사에서 불교 수련을 했습니다. 송광사 수련 일자와 개인 일정이 맞지않아서 월정사에 가서 수련을 하고 왔습니다. 이번 겨울에는 송광사에서 수련을 하고싶습니다.
2008-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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