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통알이요!”
엄숙한 대웅전에 주지 진화 스님의 우렁우렁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여느 새벽예불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법상 앞에 선 학인 스님 두 명이 두루마리 통알문을 넓게 펼쳐 주지(周紙)의 양 끄트머리를 잡았고, 진화 스님은 큰 소리로 통알(通謁)의 순서를 일렀다.
복청대중 일대교주 석가세존전 세알삼배 伏請大衆 一代敎主 釋迦世尊前 歲謁三拜
복청대중 시방삼세 일체불보전 세알삼배 伏請大衆 十方三世 一切佛寶前 歲謁三拜
복청대중 교리행과 일체법보전 세알삼배 伏請大衆 敎理行果 一切法寶前 歲謁三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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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청대중 대소선교 일체승보전 세알삼배 伏請大衆 大小禪敎 一切僧寶前 歲謁三拜
‘통알’은 불교식 신년하례다. 정월 초하루, 첫 예불을 맞아 부처님을 비롯한 삼보와 호법신중에게 삼배를 올리고, 사부대중이 서로에게 세알(歲謁) 예배를 하며 한 해의 안녕과 수행정진을 다짐한다. 1930년대 석찬 스님이 불교의식을 집대성해 편찬한 『석문의범』 에 통알 의식의 절차가 자세하기 명기되어 있다.
조계총림 송광사도 매년 설날이면 통알의식을 치른다. 무술년 새해 아침도 마찬가지다. 주지 스님의 통알문 봉독에 이어 참석한 사부대중이 장로, 어간, 비구, 사미에게 차례로 삼배를 올렸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새해 복 많이 짓겠다는. 그리하여 실로 복된 새해를 만들어보자는 무언의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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